천공의 성 라퓨타

2010/03/24 13:23 /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1986년, 아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직후에 만든 애니메이션인 것으로 알고 있다.

디즈니 더빙판과 일본어 원판을 둘 다 봤다.
마크 해밀의 무스카 더빙은 놀라울 정도였고, 도라 역할의 클로리스 리치맨도 최고였다.
음 그래. 라퓨타의 더빙은 썩 나쁘지 않군. 아니 꽤나 어울리는데.
잠깐 아무리 생각해도 이 더빙은 지금까지 본 미야자키 아니메 더빙 중 최고야.
아니 일본 아니메의 영어 더빙 중 최고다!

이러고는 일본어 원판을 보는데... 뭔가 이상해. 뭔가 빠졌다든지...
아 대사가 없군. 뭐 영어로 더빙할 때 대사를 새로 넣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디즈니가 더빙할 때 목표로 삼는 타겟은 당연히 어린이들이고 어린이들에겐 설명이 필요할 테니.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데.

그래서 일본어판을 보던 도중 음성만 영어로 돌렸다.

...?!?!!!!
BGM과 효과음을 전부 새로 녹음했다?!?!?!
새로 녹음한건지 싱크로만 바꾼 건지는 몰라도...
아니 새로 녹음했어, 트럼펫 장면에 트럼펫 말고 다른 게 들어가잖아!

DVD에 프랑스어 버전도 있어서 세 개를 다 비교했는데 프랑스어 버전은 원래의 음악을 그대로 썼다.
그러니까 굳이 새로 녹음할 이유는 없다는 건데...
잘 보니 하늘에서 떨어질 때 음악 싱크로도 미묘하게 다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씬에서 원판은 음악의 하이라이트 이후 비행석이 작동하지만
더빙판은 하이라이트에 맞춰서 비행석이 작동한다.

일단 IMDb에 가서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무려 히사이시 조의 직접 감독하에 새로 녹음한 것이라고.
게다가 결과물에 대해서는 히사이시 조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OK사인까지 받았다고 한다. 오...
음... 어째서 새로 녹음했을까.
거기까진 알 도리가 없지만 일본어 버전이든 영어 버전이든 감독의 의도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대사가 늘고 음악이 바뀌면서 여러모로 아니메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약간 바뀌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아니메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분위기가 모험물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이러한 변경은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는 영어 더빙판에 딱 맞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러한 재녹음이 "아니메"와 "애니메이션"을 연결하는 일종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음악도 문화의 일부고, 같은 음악이라도 일본적인 연출 기법과 미국적인 연출 기법이 서로 다른 것이다.

한편 클라이막스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시타와 무스카의 대화...
거기에서 시타의 연설(?) 테마가 완전히 바뀌었다.
원본은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였는데, 영어판은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좀 뜬금없잖아.

그리고 나우시카와 라퓨타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무기가 등장한다.
핵을 연상시키는 에너지 폭발인데,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아키라에서도 마찬가지 연출이 있었고.
이것이 일본인이 가진 핵에 대한 트라우마인 것인지 혹은 어떤 유행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한 번쯤 써 둘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Spanish로 la puta는 창녀라는 뜻이라, 미국에서는 "Castle in the Sky"라는 제목으로만 개봉했다고.
마찬가지 이유로 시타를 공식 로마자 표기법으로 옮기면 "Shita"이지만 "Sheeta"로 번역했다는 점도 주목.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3/24 13:23 2010/03/24 13:23
Tumnaselda .

이런저런 감상

2010/03/07 14:20 / 분류없음
어떤 한 작품의 감상만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어떤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은 감상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경험에는 다른 작품에 대한 감상이 포함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 작품의 감상은 다른 작품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역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베르세르크

베르세르크는 아무래도 최근 들어 추진력이 약해진 감이 있다.
물론 필력 자체는 1권과 비교해 봤을 때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포스를 풍겨내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의 아우라가 약해진 느낌이 든다.
초반에 상대하는 "백작" 편과 매의 단 에피소드 이후 상대하는 "질" 편만 해도 그렇다.
"백작" 편의 결말은 증오와 분노, 복수의 다짐이지만 "질" 편의 결말은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인 것이다.

최근의 베르세르크는 너무 희망적이다.
캐스커는 치유의 땅을 향해 다가서고 있고, 그리피스는 미들랜드를 손아귀에 넣어가고 있고,
매의 단과 미들랜드의 백성들은 새로운 희망 속에서 심지어 사도와의 공존마저 바라보고 있다.
이런 희망은 아무래도 가츠가 새롭게 파티(...)를 구성했을 때부터 나타난 것인데,
수많은 인간 군상 속에서 가츠가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새롭게 획득하면서
분노와 절망, 증오로 덩어리진 자신과 분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광전사의 갑주를 통해 늑대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베르세르크가 북구신화와 관련있다고 볼 때 이 늑대는 결국 세상을 멸망시키는 펜릴을 상징할 것이고
따라서 또다른 "일식"이나 비슷한 사도강림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최근의 전개에서 사도강림 자체가 무색해져 버렸다.
이미 유계와 현세가 통합된 마당에 사도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35권 말에 고드 핸드에 대한 표현이 몇 페이지에 걸쳐서 나타난 것이다.

가츠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희망을 주고 그 순간 유계를 열어버린 것으로 볼 때
얼마 안 가 또 다른 제물의 의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죽음을 알고 죽음에 가까운 가츠와 캐스커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마도 죽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건 물론 단순한 예측이고 작가놈님의 상상력은 초월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와는 별개로, 최근의 전개에서는 공포에 대한 표현이 미흡하다.
가츠가 조드의 본모습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그 공포감,
즉 "이런 것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그 의문을 최근의 연재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패밀리어든 마법이든 요정이든 요물이든 사도든간에 일단 등장하면 파괴될 수 있고 실제로 파괴되고 있다.
대제가 새롭게 탄생했을 때조차 베르세르크 초반의 절망적인 공포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사도가 잡몹이 되면서 벌어진 현상 같은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근의 연재분에서 매의 단 편의 그 아우라를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과학이라는 단어를 달고 나오려면 과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냥 과학이 아니라 어떤 과학이니까 그러려니 하기야 하지만서도.
하다못해 레일건도 그렇다.
초구속도가 1000m/s에 동전 정도의 질량이라면 기껏해야 소총 정도의 파괴력일 터이다.
그런데 묘사는 거의 대포다.
라인메탈 제 120mm 주포의 포구속도가 1500m/s이다. 질량도 kg단위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실험단계에 있는 레일건의 포구속도가 3000m/s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한편, 과거의 오타쿠 문화가 이야기 위주였다면 최근의 오타쿠 문화는 캐릭터 위주라고
예전에 어떤 세미나에서 들은 적이 있다.
이 만화가 딱 그런데, 이야기 자체는 매우 간단한 편이고 만화 대부분이 캐릭터간의 관계묘사에 치중되어 있다.
뭐 외전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이렇게 가벼운 것도 읽어 둘 만 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3/07 14:20 2010/03/07 14:20
Tumnaselda .

생각이 짧다

2010/03/01 11:58 / 블로그
음...
요즘은 트위터질만 줄창 하고 블로그는 버려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블로그에 뭔가 쓰려면 140자x3 은 넘어야 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
근데 정작 쓰려고 하면 쓸 게 없거든...

하긴 요즘 새로 시작한 초전자포 1, 2권 감상도 써야 하고(작가는 물리학공부 좀 더 하시져?)
뷁쉙퀡 7권까지 감상도 다시 한 번 써봐야 하겠고(스걱스걱)
요츠바랑 9권까지 감상도 한 번 써 봐야 하겠고(후카는 진리입니다. 그걸 잊으시면 안 되죠)
미래일기 8권까지 감상도 한 번 써 봐야 하겠는데(쩝. 괜히 샀달까 어쨌달까...).

근데 다 만화 감상이냐.

하긴 Spelunky 공략도 함 써 보면 좋을 것이고(플랫포머 컨트롤의 신이 되어가고 있어!)
월드 오브 구도 함 감상을 써 봐야 하겠고(근데 너무 오랫동안 안 했더니 스토리를 잊었어...)
포르자 모터스포츠 3 감상도 함 써 볼 겸사겸사(횬다이는 슈퍼카를 안 만듭니다. 눈물이 납니다)
스토커의 매력도 한 번 파 봐야 하겠는데(어머니 우크라이나의 총탄을 받으라!).

근데 집컴 하드가 박살났다고 하더군요. 하하
그래서 350GB짜리 새로 하나 사놨음
그저 세이브파일만 무사히 남아있거라...

그리고 애니나 음악이나 책도 슬슬 다시 시작해야...

근데 아직도 49일이나 남았잖아.

난 (아직까지는) 안 될 거야 아마.

ps. 사실 제목인 "생각이 짧다"라는 건 "짧은 생각은 트위터에, 긴 생각은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트위터질만 줄창 하는 걸 보니 내 생각이 짧은 것 같다"라는 글을 쓰려고 했었기에 넣은 제목인데...

어째 본론은 감상문을 못 쓰는 것에 대한 슬픔인 것이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3/01 11:58 2010/03/01 11:58
Tumnasel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