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The Godfather, 1972)

2010/06/04 12:29 /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대부? 대부가 뭐지? 천주교의 그 대부? 그게 마피아랑 무슨 상관이지?

영화에서 대부라는 이름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대부는 부모 다음가는 지원자이며, 부모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제3의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탈리아인들은 패밀리의 보스를 대부로 모신다.
꼴레오네 패밀리의 보스 돈 꼴레오네가 바로 그러한 대부이다.

한 영화 내에서 여러 개의 서사가 동시에 진행될 때가 있다.
여러 개의 서사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영화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다가 전부 놓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 서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큰 서사를 완성하고,
동시에 각각의 서사가 관객에게 독립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 그 영화는 위대한 영화이다.

대부의 시작은 험악하다. 강간, 살인, 복수에 관한 이야기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오간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딸 코니 꼴레오네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즐거움과 고통, 개인적인 일과 사업 이야기가 공존하는 것이다.
딸의 결혼식으로 인해 모든 가족들, 그리고 패밀리의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인다.
수많은 인물을 동시에 소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이야기는 돈 꼴레오네가 솔로쪼의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부터 서로 맞물리기 시작한다.

돈 꼴레오네가 몰락하고, 패밀리가 재기한 이후에도 힘을 쓰지 못하다가 허망하게 죽는 이야기.
모범적인 미국 시민이며 패밀리의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던 마이클 꼴레오네가 대부로 올라서는 이야기.
또, 마이클 꼴레오네가 어떤 여자를 사랑했으며, 그의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관한 이야기.
코니 꼴레오네 리치의 결혼 생활이 패밀리의 그림자에 가려 점차 파멸해 가는 이야기.
소니 꼴레오네가 어떤 사람이었고, 카를로 리치가 그를 어떻게 배신했는지에 관한 이야기.
톰 하겐이 패밀리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관한 이야기.
꼴리오네 패밀리를 섬겨 온 부하들에 관한 이야기.
다른 패밀리들과 꼴리오네 패밀리의 사투.

중요한 인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든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요 서사와 관계가 있든 없든 그 이야기들도 함께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중요한 순간순간 서로 맞물리게 되는 것이 일품이다.
하나의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장치를 보는 것만 같다.

비록 포스터에는 돈 비토 꼴레오네가 대부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마이클 꼴레오네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의 참전용사이자 모범적인 미국 시민이었던 그가
어떻게 패밀리의 일원이 되고 돈 마이클 꼴레오네로 군림하기 되는지가 이 영화의 주요 서사라고 본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던 돈 비토 꼴레오네가 꼴레오네 할아버지로 변하는 것 역시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일종의 도구이자 명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그는 끝까지 명철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진 명성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죽음 역시 허무했다.

톰 하겐 역시 눈여겨볼만한 인물이다.
그는 이탈리아인이 아닌 독일인이며 고아이다.
비록 그가 비토 꼴레오네를 아버지나 마찬가지로 섬기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패밀리에서 이질적이다.
또 그는 변호사이기에 패밀리의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그는 일종의 관찰자로 자리잡게 된다. 그는 관객과 마찬가지로 외부인이나 다름없다.

한편, OST 역시 이야기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알려진 영화의 테마는 영화 중반까지 힌트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중심이 되는 테마는 돈 꼴레오네의 테마, 대부의 테마이다.
시칠리에 가 있는 마이클 꼴레오네에게 이야기가 옮겨지는 순간부터 영화의 테마가 시작된다.
그러니 이 테마는 마이클 꼴레오네의 테마라고 봐도 될 것이다.
마이클의 테마는 여러 가지 변주로 이어지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돈 마이클 꼴레오네가 등장하는 순간을 장식하는 것은 마이클의 테마가 아닌 돈 꼴레오네의 테마이다.

즉 마이클 꼴레오네의 테마, 영화의 테마는 범죄에 물들지 않은1 마이클을 이야기하고 있고,
돈 꼴레오네의 테마는 범죄 패밀리의 보스인 대부로서의 돈 마이클 꼴레오네를 이야기하고 있다.
크레딧에서 마이클의 테마가 다시 흘러나올 때 관객들은
패밀리에 물들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마이클 꼴레오네가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 번 곱씹게 되는 것이다.

세례 씬에 관해서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본다.
영화 내내 응축되어 온 에너지가 한 번에 폭발하는 것이 일품이다.
거의 2시간동안 천천히 공들여서 쌓아올린 에너지였던 만큼, 그 폭발은 장대하기 그지없다.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교차편집, 세례 장면에 함축된 의미, 배신자와 카를로 리치가 맞게 되는 운명...
거대하고 화려한 폭발에서 시작해 희미한 불꽃놀이로 끝나는 영화 모멘텀의 완전연소라고 할 수 있겠다.

나같은 사람이 이런 영화에 평점을 매기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니만큼 생략한다.



ps. 엔딩도 매우 인상깊었다. 캐이 아담스가 알고 있는 마이클 꼴레오네가 소멸하는 순간이자, 마이클 꼴레오네가 돈 꼴레오네로 인정받는 순간이다. 물론 세례 씬에서 그가 돈 꼴레오네로 거듭나긴 하지만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는 순간은 마지막 순간이다.
pps. 영화 내내 유리가 깨지는 연출이 많았다. 연기의 어색한 부분을 감추는 동시에 관객에게 충격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대단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잦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ppps.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간다면 마지막 순간에 받는 감동은 3시간의 기다림을 보상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pppps. 2010년 6월 4일 현재 극장에서 디지털 리마스터 복원판을 상영하고 있으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서 보도록 하자. 거대한 스크린에 가득 차게끔 클로즈업된 얼굴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력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이런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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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록 두 사람을 죽이긴 했지만 사업이라기보다도 복수에 가깝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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